조직은 일을 나누어야 한다. 서로 다른 문제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높이고, 제한된 정보와 관심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나누면 나뉜 일을 다시 연결해야 전체 성과와 연결이 된다.
분화와 통합의 모순은 이렇게 나누는 것과 다시 연결하는 것이 상호 의존하면서 함께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긴장이다.
이 유형은 모순경영이 다루는 열여덟 가지 모순 중 하나이며, 조직 설계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조직이든 일을 나누는 순간 나뉜 것을 잇는 문제가 함께 생기기 때문이다.
왜 모순인가?
조직 속에서 분화와 통합은 늘 함께 존재한다. 통합 없는 분화 혹은 분화 없는 통합 모두 높은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분화하면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로렌스와 로쉬는 분화를 단순 업무 분담이 아니라 부서마다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정의했다.1 이들이 확인한 차이는 네 가지다.
- 무엇을 목표로 삼는가?
- 어느 정도의 시간 지평으로 판단하는가?
-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과업 중심인가 관계 중심인가?
- 구조가 얼마나 형식화되어 있는가?
영업은 이번 분기를 보고 연구소는 3년 뒤를 본다. 생산은 오차를 줄이려 하고 개발은 변화를 만들려 한다. 이 차이는 각 부서가 자기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그리고 이 차이가 클수록 부서 간 협력은 어려워진다.
분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통합이 필요하다. 통합에 대한 조정 장치가 빈약한 조직에서는 신설 조직을 만들 때 기존 조직과 충돌하고, 그 경험이 지속되면 나누는 일 자체를 피하게 된다.
이 상호의존은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로렌스와 로쉬가 세 산업에서 관찰한 고성과 기업들은 분화가 가장 큰 동시에 통합도 가장 강했다.
딜레마가 아니다
모순과 딜레마를 가르는 기준은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의 요구가 사라지는가이다. 딜레마는 하나를 택하면 나머지를 더 이상 다루지 않아도 되는 선택 문제인 반면, 모순은 두 요소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없애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관계다.
분화와 통합은 후자다. 전문화를 걷어내고 모두가 같은 일을 하게 만들면 통합할 대상 자체가 사라지고, 통합을 걷어내고 각 부서를 독립시키면 분화가 만들어 낸 전문성은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쪽을 없애는 순간 남은 쪽도 기능을 잃는다.
도허티는 신제품 개발 과정을 관찰하면서 부서들이 각자의 ‘사고 세계(thought worlds)’를 갖는다고 표현했다.2 같은 시장 정보를 받아도 부서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다르고, 상대가 왜 그것을 중요하게 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읽는 틀이 다른 것이다. 회의를 늘려도 이 차이는 줄지 않는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모순을 딜레마로 오인하면 선택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사일로(부서 분리로 인해 의사 소통이 어려운 현상)를 없애고 하나로 간다”는 선언은 대개 분화를 줄이는 방식으로 실행되는데, 그때 사라지는 것은 부서 간 장벽이 아니라 각 영역이 만들어 낸 전문성이기도 하다.
얼마나 나눌 것인가 — 두 번의 맞춤
분화와 통합에는 정답은 없다. 대신 두 번의 맞춤이 필요하다.
첫 번째 맞춤은 환경에 맞게 분화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분화의 정도는 조직을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다양하고 불확실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 변화가 빠르고 고객이 이질적인 환경에서는 각 영역이 다른 방식으로 판단해야 하고, 안정적이고 동질적인 환경에서는 그럴 필요가 적다. 로렌스와 로쉬가 플라스틱, 식품, 용기 산업을 비교해 알아낸 것은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일수록 성공한 기업의 분화 정도가 컸다는 것이다.
두 번째 맞춤은 분화와 통합 장치 사이에 있다. 분화가 커지면 통합 장치도 함께 강해져야 한다. 여기서 흔한 실패가 나온다. 조직을 나누는 결정은 쉽지만, 연결 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조정 방식은 기존의 정기 보고 그대로 두는 경우가 그렇다. (기존 방식으로 잘 작동된다고 쉽게 생각한다)

톰슨은 분화의 통합 방식이 일 사이의 얽힘 정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정리했다.3 서로 독립적으로 일하고 결과만 합쳐지는 관계라면 규칙과 표준으로 충분하다. 한쪽의 산출이 다른 쪽의 투입이 되는 순서 관계라면 계획과 일정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의 투입이 되어 오가야 하는 관계라면 수시로 맞춰 가는 상호 조정이 필요하다. 뒤로 갈수록 조정 비용이 상승한다.
그래서 꼭 통합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얽힘이 약한 일들로 구성된 조직에 높은 통합을 추구하면 불필요한 회의만 늘어난다. 반면에 얽힘이 강한 곳에 규칙만 두면 통합으로 인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본인이 속한 조직은 어디에 속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어떻게 조율하는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통합에는 강도가 있다. 통합이 높은 순으로 생각해 보면 위계와 규칙, 부서 간 직접 접촉, 연락 담당자, 한시적 태스크포스, 상설 협업 팀, 그리고 통합만 전담하는 조직 순이다. 아래 단계로 감당되지 않을 때만 위로 올라가는 것이 원칙이다.
통합을 맡는 사람의 특성 로렌스와 로쉬가 관찰한 성공적인 통합자들은 통합자는 어느 한 부서의 대변인이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은 가능한 한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부서의 경계를 넘는 일은 정보나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번역이다. 칼라일은 부서 경계를 세 층으로 구분했다.4 용어만 통일하면 되는 경계, 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뜻을 옮겨야 하는 경계, 그리고 한쪽이 자기 방식을 바꿔야만 넘을 수 있는 경계다. 새로운 일일수록 뒤쪽 경계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 구분은 통합이 실패했을 때 사람의 태도 대신 어느 경계의 문제였는지 물을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흔한 오해를 짚는다. 첫째, 통합을 회의와 보고로 이해하는 것이다. 부서 간 차이는 정보량의 문제이기 보다는 판단 기준 즉 다른 가치의 문제다. 회의를 늘린다고 해도 해석의 차이는 남는다. 의사 소통 횟수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기준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이 함께 주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잘게 나눌수록 유연해진다는 생각이다. 일의 특성에 따라 나눌 수 있는 정도도다르다. 연결이 강화게 되어 있는 일에서 억지로 분리를 하게 되면 부분 최적화로 인해 전체 최적화는 오히려 더 어렵게 된다. 한 연구에서 실제 필요한 것보다 잘게 나누는 쪽의 손실이 덜 나누는 쪽의 손실보다 크다는 결과를 보고했다.5
분화와 통합은 대체하는 두 개의 조직 방식이 아니다. 분화는 통합을 필요로 하고, 통합은 분화가 있어야 의미를 갖는다. 분화와 통합을 관리한다는 것은 적정 비율을 찾는 일이 아니다. 환경이 요구하는 만큼 나누고, 그 분화가 만들어 낸 거리만큼 다시 잇는 장치를 설계하는 일이다.
우리 조직은? — 자가 진단 질문
- 최근 조직을 나눈 결정이 있다면, 그때 통합 장치도 함께 설계했는가?
나누는 결정만 있고 통합 장치가 없었다면 그것은 설계의 문제다. - 부서 간 갈등이 반복된다면, 그것이 태도의 문제인가 판단 기준의 차이인가? 목표와 시간 지평이 다른 데서 오는 갈등은 태도를 고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적절한 해석과 기준의 조율이다.
- 지금 조정에 쓰는 방식이 일의 얽힘 정도에 맞는가? 결과만 합치면 되는 일에 매주 회의를 열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주고받아야 하는 일을 보고로만 처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이 필요하다.
- 통합을 맡은 사람이 어느 한쪽의 대변자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그 자리는 조정의 자리가 아니다.
- 부서 간 결정이 문제를 아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내려지는가, 아니면 위로 올라가는가? 반복해서 위로 올라간다면 통합 장치가 아니라 위계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읽기
모순경영이란 무엇인가 · 정합 모델: 조직을 구성하는 일곱 요소 · 공식과 비공식의 모순
- Lawrence, P. R., & Lorsch, J. W. (1967). Organization and Environment: Managing Differentiation and Integratio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
- Dougherty, D. (1992). Interpretive barriers to successful product innovation in large firms. Organization Science, 3(2), 179–202. ↩︎
- Thompson, J. D. (1967). Organizations in Action. McGraw-Hill. ↩︎
- Carlile, P. R. (2004). Transferring, translating, and transforming: An integrative framework for managing knowledge across boundaries. Organization Science, 15(5), 555–568. ↩︎
- Ethiraj, S. K., & Levinthal, D. (2004). Modularity and innovation in complex systems. Management Science, 50(2), 159–1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