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변화와 안정의 모순 — EBO와 30년의 양손잡이 설계
IBM은 위기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와 안정이 동시에 요구되는 모순으로 읽었다. 평가 기준을 나누고 조직은 분리하되 보고라인은 통합한 EBO 설계와, 30년에 걸친 동적 균형을 모순경영의 세 단계로 분석한다. |
IBM은 위기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와 안정이 동시에 요구되는 모순으로 읽었다. 평가 기준을 나누고 조직은 분리하되 보고라인은 통합한 EBO 설계와, 30년에 걸친 동적 균형을 모순경영의 세 단계로 분석한다. |
삼성전자는 디자인 조직을 CEO 직속으로 올려 생산과 대등하게 만들었다. 모순을 해소하지 않고 표면화한 설계, 보르도 TV로 이어진 충돌, 그리고 톱다운이 남긴 그림자까지 모순경영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코닥은 디지털의 도래를 누구보다 먼저 알았다. 그러나 그 정보를 모순이 아니라 필름이냐 디지털이냐의 선택으로 읽었다. IBM과의 단계별 대비를 통해 선택 함정의 구조를 분석한다.
넷플릭스 자율과 통제의 모순은 통제를 없애는 방식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무제한 휴가와 지출 한도 폐지처럼 표면에 보이는 것은 극단의 자율이지만, 그 자율을 떠받치는 것은 정교하게 설계된 두 가지 기반이다. 통제가 아닌 맥락(context), 그리고 사후의 결과 책임이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자주 쓴 “통제가 아니라 맥락을 제공한다(Context, not Control)”는 원칙이 이 설계를 압축한다. 넷플릭스가 한 일은 통제를 강화한 것도, 폐지한 것도 아니다. 통제의 기능을 다른 형식으로 옮긴 것이다.
마이다스아이티 자율과 통제의 모순은 통제 장치를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상대평가도 개인 성과급도 징벌적 관리도 없는 이 회사가 방임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제거된 통제의 기능을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사후 평가가 아니라 입구, 곧 인재 선발이었고, 그것을 떠받친 것은 회사가 먼저 지불한 신뢰였다. 넷플릭스가 출구를 통제했다면, 이 회사는 입구를 통제했다.
자포스 단일요소 함정의 핵심은 홀라크라시라는 선택 자체가 아니다. 일곱 요소 중 구조 하나만 급격히 바꾸고 평가·보상·문화·사람은 그대로 두었다는 데 있다. 자포스와 넷플릭스는 같은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회사가 커질수록 관료주의가 자율을 잠식한다는 진단이었고, 같은 자율 강화의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갈렸다. 차이는 자율을 어떻게 설계했는가에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경쟁과 협업의 모순은 경쟁을 없애는 방식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사티아 나델라가 한 일은 경쟁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부서 대 부서, 동료 대 동료의 내부 경쟁은 약화시키되, 회사 대 회사의 외부 경쟁은 오히려 강화했다. 모순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모순이 작동할 자리를 재설계한 것이며, 그 재설계에는 5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코스맥스 경쟁과 협업의 모순은 전략의 실패나 환경의 변화에서 온 것이 아니다. 사업 모델 자체에 내재해 있다. ODM(제조자 개발 생산)에서는 대기업 고객이 언제든 자체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고, 함께 키운 인디 브랜드는 성장하면 자체 공장을 지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오늘의 파트너가 내일의 경쟁자가 되는 구조에서 협업이나 경쟁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불가능하며, 둘 모두를 대비해야 한다. 코스맥스는 탄생부터 이 모순을 품고 있었다.
GE 맥락무시 함정의 핵심은 도구의 결함이 아니다. 같은 도구가 어떤 모순에서는 동력이 되고, 다른 모순에서는 함정이 된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3년에 폐지한 등급 분포 평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 표준을 만든 사람이 GE의 잭 웰치였고, 웰치의 GE에서 이 도구는 한동안 분명한 성과를 냈다. 결과가 갈린 이유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가 놓인 맥락에 있었다.
파타고니아 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의 모순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회사가 스스로 끌어들였다. 다른 사례들의 모순이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서 도착했다면, 이 회사의 모순은 창업자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환경 보호라는 단일 가치가 제품, 공급망, 마케팅, 인사, 재무, 지배구조까지 회사의 거의 모든 활동의 기준이 됐다. 50년에 걸친 이 재설계가 두 성과를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