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위장 함정 — 모순을 다루지 않고 감춘 대가

폭스바겐 위장 함정의 핵심은 한 번의 거짓말이 아니다. 회사가 두 개의 장부를 운영했다는 데 있다. 표면(목적·비전·외부 마케팅)은 환경을 택하는 듯 보였고, 내부(전략·구조·문화·개인행동)는 수익과 성장을 향했다. 폭스바겐은 두 힘 중 하나를 명시적으로 선택하지도 않았고, 두 힘을 정렬해 동시에 추구하지도 않았다. 한쪽을 실제로 추구하면서 다른 한쪽을 표방하기만 했다. 모순을 위장하는 일과 모순을 다루는 일은 다르다.

같은 출발점 — 두 회사 모두 환경을 정체성에 결합했다

2007년 폭스바겐은 미국 시장에서 클린 디젤(Clean Diesel) 캠페인을 본격화했다. 디젤 엔진이 휘발유 엔진보다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다는 점을 앞세워,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마케팅이었다. 성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핵심이었다.

캠페인은 효과가 있었다. 환경 의식이 강한 미국 서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디젤 차량 판매가 늘었고, 회사는 디젤 기술의 친환경 리더로 자리 잡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파타고니아와 다르지 않다. 두 회사 모두 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회사의 정체성에 결합했다. 차이는 결합의 깊이에 있었다.

감지 — 모순은 정확히 인식되었다

이 사례에서 특이한 점은 감지가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자사 디젤 엔진이 미국과 유럽의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규제 기준을 맞추려면 엔진 성능을 떨어뜨리거나 비싼 후처리 장치를 추가해야 했는데, 둘 다 클린 디젤이 약속한 환경 친화와 양립하기 어려웠다. 즉 회사는 사회적 요구와 재무적 요구가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코닥의 실패가 신호를 모순으로 읽지 못한 감지의 실패였다면, 폭스바겐은 모순을 정확히 감지하고도 다루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 차이가 위장 함정을 다른 함정과 구별하는 지점이다.

폭스바겐 위장 함정의 설계 — 두 개의 장부

폭스바겐 위장 함정 — 표면과 내부의 두 장부 대조

회사가 선택한 길은 두 가치의 모순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장에서만 환경 기준을 통과하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디피트 디바이스(defeat device)다.

이 소프트웨어는 차량이 배기가스 시험을 받는 상황을 인식해 그 순간에만 배출 제어 장치를 완전히 가동했다. 시험이 끝나고 일반 도로 주행 상황이 되면 장치는 꺼졌고, 차량은 규제 기준의 최대 4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 장치는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에 생산된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의 디젤 차량에 설치됐고, 미국 약 48만 2천 대를 포함해 전 세계 약 1,100만 대에 이르렀다.

정합 모델로 보면 이 설계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목적·비전과 외부 마케팅은 환경을 가리켰지만, 전략·구조·문화·개인행동은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친환경 마케팅은 도입했지만 인센티브와 평가는 단기 시장 점유율을 향해 작동하도록 두었다. 앞줄과 뒷줄이 다른 방향을 향할 때, 실제로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평가와 보상이 놓인 쪽이다. 같은 원리를 반대 방향으로 쓴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커넥트 미팅이다.

균형 — 유지 비용이 커지는 구조

위장은 균형이 아니다. 위장은 시간이 갈수록 유지 비용이 커지는 구조다. 조작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은 차종에 적용해야 하며, 더 오래 감춰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조직 내부에서는 목표 미달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강화된다. 틀린 판단을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자율의 안전장치였던 넷플릭스와 정확히 반대 지점이다.

조작이 드러난 계기는 비영리 단체의 연구였다. 2013년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유럽의 디젤차가 미국 기준에서도 깨끗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에 도로 주행 배출량 측정을 의뢰했다. 연구진이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실측한 결과 시험실 수치와 실제 도로 수치 사이의 차이가 드러났고, 약 1년의 조사 끝에 환경보호청이 법 위반을 확인했다.

대가는 컸다. 미국에서 합의금과 환경 개선 비용으로 약 200억 달러 이상이 지출됐다. 2015년 폭스바겐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고 주가는 약 40% 하락했다. 빈터코른 전 회장은 2018년 미국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아우디 CEO 루퍼트 슈타들러는 같은 해 독일에서 체포됐다.

이 함정을 피하려면

위장 함정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초기에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모순을 실제로 다루려면 비용이 든다.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면 전환으로 비용을 늘렸고, 상장을 포기해 자본 조달을 제한했으며, 유한양행은 창업자 일가의 이익 경로를 차단했다. 위장은 이 비용을 내지 않고 같은 평판을 얻으려는 시도다.

문제는 이 절약이 유예일 뿐이라는 것이다. 위장된 모순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 비용을 청구한다. 그리고 청구서는 처음에 아꼈던 비용보다 훨씬 크다.

이 함정은 대개 명시적인 거짓말의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표방하는 가치와 실제 평가 기준 사이의 간극이 조금씩 벌어지고,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 현장의 몫으로 넘어가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구분해 둘 것이 있다. 위장은 갑자기 나타나는 상태가 아니라 스펙트럼의 한쪽 끝이다. 사회적 성과가 재무적 성과의 수단이 되는 단계가 먼저 온다. 이 단계에서는 아직 거짓이 없다. 환경 활동을 하되 그것을 브랜드 자산으로 계산하는 정도다. 다음 단계는 홍보, 곧 워싱이다. 실제로 한 일보다 말한 일이 커지기 시작하지만 말한 내용 자체가 허위는 아니다. 마지막 단계가 위장이다. 말한 것과 한 것이 반대가 되고, 그 반대를 감추는 장치가 조직 안에 설치된다.

세 단계는 연속적이기 때문에, 조직은 자신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자각하기 어렵다. 경계선은 의도가 아니라 감추는 장치의 유무에 있다. 감출 것이 생겼다면 이미 위장이다. 점검 질문은 세 가지다.

  • 우리가 외부에 말하는 가치와, 내부에서 실제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기준은 같은 방향인가?
  •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실제로 지불한 비용은 무엇인가? 하나도 없다면 그 가치는 아직 마케팅이다.
  •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위로 말할 수 있는가? 말할 수 없는 조직에서 간극은 조작으로 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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