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의 모순 — 회피, 위장, 통합의 세 갈래

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의 모순은 기업이 사회에 만드는 가치와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같은 자원과 같은 의사결정을 두고 부딪히면서 생기는 긴장이다. 이 모순은 모순경영이 다루는 네 유형 중 성격이 가장 다르다. 두 성과 중 하나를 다른 하나의 수단이나 제약으로 두는 순간 설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성과가 재무적 성과의 수단이 되면 홍보에 머물고, 반대로 재무적 성과가 사회적 명분에 밀려나면 기업은 지속할 수 없다. 어려움은 선언이 아니라 두 성과가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 모순은 왜 다른가

첫째, 강도가 기업마다 크게 다르다. 변화와 안정의 모순은 거의 모든 조직이 언젠가 마주하지만, 이 모순은 어떤 기업은 거의 느끼지 않은 채 경영을 이어가기도 한다. 환경 부담이 작은 사업, 노동권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 업종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둘째,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스스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세 모순이 시장·기술·경쟁의 변화로 외부에서 촉발되는 데 비해, 이 모순은 회사가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안으로 끌어들일 때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셋째, 시간 지평의 충돌이다. 재무적 성과는 분기와 연 단위로 측정되지만 사회적 성과는 장기에 걸쳐 효과를 드러낸다. 더 좋은 원재료, 더 윤리적인 공급망, 더 긴 제품 수명은 모두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단기 성과를 누른다.

다만 이 모순이 앞으로 보편적인 것이 될 가능성은 높다. ESG 규제가 강화되고, 가치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고, 구성원이 일의 의미를 일상적으로 묻는 환경에서는 회피만으로 장기 생존을 도모하기 어려워진다.

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의 모순 개념도 — 회피, 위장, 통합의 세 갈래

세 갈래의 길 — 회피, 위장, 통합

회피는 사회적 가치를 부가 활동으로 두거나 아예 의제로 삼지 않는 방식이다. 모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위에서 말한 환경 변화 속에서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위장은 사회적 가치를 마케팅과 광고 층위에만 위치시키고, 실제 활동은 여전히 단기 재무 성과를 향해 작동하도록 두는 방식이다. 모순을 위장하는 일과 모순을 다루는 일은 다르다.

통합은 사회적 가치를 회사의 모든 활동에 적용해, 두 성과가 같은 활동에서 동시에 만들어지도록 회사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포터와 크레이머가 2011년 제시한 공유가치 창출(CSV)이 이 방향의 대표적 정식화다. CSR이 만들어진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이라면, CSV는 이익을 만드는 방식 자체에 사회적 가치를 통합한다. 다만 모든 사회적 문제가 수익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비판, 진짜 트레이드오프를 과소평가한다는 비판도 함께 존재한다.

파타고니아 — 가치를 모든 활동에 적용하다

파타고니아의 감지는 앞의 사례들과 결이 다르다. 1972년 알루미늄 척 도입은 시장이 요구한 결정이 아니었다. 강철 피톤은 잘 팔리고 있었고 등반가들도 새 장비를 요구하지 않았다. 1996년 유기농 면 전환도 마찬가지다. 외부 신호가 아니라 창업자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신호의 자리를 대신했다.

설계의 특징은 단일 메커니즘이 아니라 일관성이다. IBM이 EBO라는 조직 구조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평가 시스템에서 출발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한 것과 달리,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라는 하나의 목적이 제품·공급망·마케팅·인사·재무·지배구조에 동시에 적용되도록 설계됐다.

  • 품질의 재정의 — 다른 회사의 품질이 더 좋은 사용 경험이라면, 파타고니아의 품질은 “환경에 덜 부담을 주도록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재정의에서 수선·재사용 프로그램, 교체 가능한 지퍼 설계, 유기농 면 전환이 일관되게 도출된다.
  • 외부 신호의 일치 — 1985년부터의 매출 1퍼센트 환경 기부,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는 캠페인이 아니라 신호와 행동이 어긋나지 않게 하는 장치였다.
  • 단기 압력의 차단 — 비상장 유지, 외부 투자 거부, 통제된 성장은 보수성이 아니라 설계가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 지배구조로의 고정 — 2022년 소유권을 비영리 조직과 신탁에 이전했다.

균형은 진행형이다. 2023년 이후 성장 둔화 속에 인력 감축, 성과 측정 체계 정비, 일부 부서의 주말 근무가 도입됐고 철학에 어긋난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3,000명이 일하는 회사는 창업기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수 없다. 자신이 끌어들인 모순도 규모가 커지면 다른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유한양행 — 균형을 지배구조에 심다

같은 문제에 반세기 앞서 답한 한국 사례가 있다. 유일한의 감지는 두 겹이었다. 하나는 창업의 감지이고, 더 중요한 것은 선의가 개인과 함께 소멸한다는 인식이었다. 창업자가 두 성과를 함께 추구해도 그 균형이 개인의 신념에만 머물면 승계와 함께 무너진다.

그의 설계는 세 번의 결정으로 실행됐다. 1936년 주식회사 전환과 함께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해 소유를 나눴고, 1969년 장남 대신 평사원 출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으며, 1970년 보유 주식을 공익 신탁기금에 출연하고 유언으로 전 재산을 공익 법인에 귀속시켰다. 그 결과 회사가 이익을 내고 배당하면 그 배당이 장학·교육·복지의 재원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핵심은 이것이 리더십이나 문화가 아니라 지배구조에 심겼다는 점이다. 리더십과 문화는 강력하지만 휘발성이 있다. 리더가 바뀌면 언행이 바뀌고 문화는 세대가 지나며 옅어진다. 주요 주주가 공익법인인 회사에서 이익의 사회 환원은 경영진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이 설계가 재무를 약화시키지도 않았다. 2018년 기술 수출한 폐암 치료제가 2024년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2025년 매출 2조 원을 넘었다. 다만 긴장은 지금도 있다. 배당(공익 재원)과 사내 유보(신약 재투자)가 같은 이익을 두고 경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 — 위장의 함정

폭스바겐도 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회사 정체성에 결합했다. 차이는 결합의 깊이였다. 전 세계 1,100만 대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설치돼 있었음이 드러났고, 미국에서만 합의금과 환경 개선 비용으로 약 200억 달러 이상이 지출됐다. 2015년 폭스바겐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고 주가는 약 40퍼센트 떨어졌다.

정합 모델로 보면 구조가 분명하다. 표면(목적·비전·외부 마케팅)은 환경을 택하는 듯 보였고, 내부(전략·구조·문화·개인 행동)는 수익과 성장을 향했다. 폭스바겐은 두 힘 중 하나를 명시적으로 선택하지도, 일곱 요소로 정렬해 동시에 추구하지도 않았다. 한쪽을 실제로 추구하면서 다른 한쪽을 표방하기만 했다. 위장된 모순은 시간이 지나면 비용을 청구한다.

세 단계로 정리하면

단계파타고니아폭스바겐
감지외부 신호 없이 스스로 모순을 끌어들임두 성과의 충돌을 다룰 문제로 인식하지 않음
설계하나의 가치가 제품·공급망·재무·지배구조에 동시 적용마케팅 층위에만 가치를 배치
균형규모 확대에 따라 지금도 재조정 중조정 없이 은폐로 유지되다 붕괴
7요소 정합일곱 요소가 같은 방향으로 정렬표면과 내부가 정반대 방향

이 모순을 다룬 기업들

  • 파타고니아 — 외부에서 오지 않은 모순을 스스로 끌어들이고, 지배구조에까지 새겼다.
  • 유한양행 — 두 성과의 연결을 창업자의 신념이 아니라 지배구조에 심었다.
  • 폭스바겐 — 모순을 정확히 감지하고도 다루지 않고 감췄다. 위장 함정.

이 모순은 다른 셋과 달리 회사가 스스로 끌어들일 때 본격화된다. 다만 일단 들어오면 나머지와 얽힌다.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결정은 단기 성과를 미루므로 변화와 안정의 문제가 되고, 그 결정을 현장이 어디까지 판단할 수 있는가는 자율과 통제의 문제가 되며, 부서별 성과 배분은 경쟁과 협업의 문제가 된다. 네 유형의 공통 원리는 모순경영이란 무엇인가에서 다룬다.

우리 조직은 어떤가 — 자가 진단 질문

  • 우리가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는 어느 층위에 있는가. 홍보물에만 있는가, 제품 사양과 공급망 계약서에도 있는가.
  •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결정이 단기 수익을 깎는 상황이 실제로 있었는가. 한 번도 없었다면 그 가치는 아직 비용을 치른 적이 없는 것이다.
  • 지금의 균형이 특정 인물의 신념에 기대고 있는가, 아니면 제도와 구조에 들어가 있는가. 그 사람이 떠나면 무엇이 남는가.
  • 사회적 성과가 평가와 보상 체계에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는가. 지배구조를 바꿀 수 없는 조직이라도 이 원리는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 우리 회사에서 두 성과는 서로를 강화하는가, 잠식하는가. 잠식한다면 그 활동의 설계 자체를 다시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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