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맥락무시 함정 — 같은 도구가 왜 다른 결과를 낳았나

GE 맥락무시 함정의 핵심은 도구의 결함이 아니다. 같은 도구가 어떤 모순에서는 동력이 되고, 다른 모순에서는 함정이 된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3년에 폐지한 등급 분포 평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 표준을 만든 사람이 GE의 잭 웰치였고, 웰치의 GE에서 이 도구는 한동안 분명한 성과를 냈다. 결과가 갈린 이유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가 놓인 맥락에 있었다.

같은 출발점 — 도구는 효과를 냈다

1981년 GE의 CEO로 부임한 웰치는 그가 바이탈리티 커브(vitality curve)라 이름 붙인 강제 분포 평가를 회사 전체에 도입했다. 직원을 매년 A(상위 20%), B(중간 70%), C(하위 10%) 세 등급으로 나누고, C 등급은 매년 회사에서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외부 언론은 이를 rank and yank, 즉 줄 세워서 잘라낸다고 불렀다.

부정하기 어려운 결과가 따라왔다. 웰치가 부임한 1981년 약 140억 달러였던 GE의 시가총액은 2001년 퇴임 시점에 약 6,000억 달러로 늘었고, 한때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1999년 포춘은 그를 ‘세기의 경영자’로 선정했다. 바이탈리티 커브는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20~30%가 어떤 형태로든 채택할 만큼 영향력을 가졌고,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입한 스택 랭킹도 이 모델이었다.

그런데 같은 도구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고 결국 폐지됐다. 도구는 같았는데 결과는 왜 달라졌는가?

GE 맥락무시 함정의 시작 — 모순의 종류가 바뀌었다

GE 맥락무시 함정 — 같은 도구가 두 모순에서 다른 결과를 낳은 분기

핵심은 도구를 둘러싼 모순의 종류에 있다.

웰치가 부임할 당시 GE가 안고 있던 모순은 비대해진 관료 조직과 경쟁력 회복 사이의 긴장이었다. 이 모순에서는 내부 경쟁의 강화가 한동안 동력으로 작동했다. 비효율을 도려내고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강제 분포 평가는 강력한 장치였다. 다만 이 도구가 작동한 영역은 개별 사업부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단기 성과 영역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등장했다. GE가 성장하면서 마주한 새로운 모순은 경쟁과 협업 사이의 모순이었다. 사업부가 다양해지고 가전, 금융, 의료, 발전 같은 이질적 영역이 결합되면서, 사업부 간 협업과 시너지가 새로운 동력의 원천이 되어야 할 시점이 왔다.

이 시점이 GE의 감지 실패 지점이다. 조직이 놓인 모순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도구의 성적표에 드러나지 않는다. 매출도 시가총액도 여전히 좋았기 때문이다. 모순의 교체는 대개 성과가 나빠지기 전에 일어나고, 나빠졌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 어렵다. 잘 작동하던 정렬도 맥락이 바뀌면 족쇄가 된다는 것을 삼성전자는 1993년에 스스로 인정했다.

설계 — 멈출 수 없게 된 도구

그 시점에 GE는 이미 바이탈리티 커브를 멈출 수 없는 조직이 되어 있었다. 매년 분포에 따라 사람을 잘라내는 시스템은 사업부 안에서도, 사업부 사이에서도 동료를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성공은 다른 누군가의 C 등급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협업은 그 자체로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이 되었고, 정보는 부서 안에 갇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같은 시기에 겪은 사일로 현상과 본질적으로 같다.

웰치 시기의 GE 문화가 단순한 경쟁 문화가 아니라 협업의 부재 문화였다는 점은 그가 퇴임한 후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2008년 후임 CEO 제프리 이멜트가 분기 실적을 놓치자, 웰치는 한 방송에서 총을 꺼내 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약속한 숫자를 지키지 못한 후임자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었지만, 이 한마디는 그가 만든 문화의 정체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균형 — 회복에 실패한 이유

웰치 이후의 후속 CEO들은 균형 회복에 실패했다. 이멜트는 16년의 재임 동안 GE의 주가를 부임 당시 대비 약 30% 떨어뜨린 채 2017년에 물러났고, 후임 존 플래너리는 약 14개월 만에 교체됐다.

2016년 말 GE는 1976년부터 40년간 운영해 온 연간 성과 평가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등급 분포 평가를 폐지한 시점에서 약 3년 뒤였다. 그러나 너무 늦은 폐지였다. 그 도구가 만든 협업 부재의 문화를 복구하는 일은 제도를 없애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도구의 폐지 자체가 아니라, 폐지된 자리를 5년에 걸쳐 정합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GE의 후속 경영진은 바이탈리티 커브를 폐지하면서도 그 자리를 채울 문화와 매니저의 역할을 새로 짜지 않았다. 폐지는 빈자리를 만들 뿐, 빈자리를 채우지는 않는다.

정합 모델로 보면

정합 모델로 보면 GE의 실패는 자포스와 구조적으로 닮았다. 구조·제도라는 한 요소를 없앴지만 조직문화와 개인행동은 그대로였다. 다만 방향이 반대다. 자포스는 제도를 급격히 도입하고 나머지를 두었고, GE는 제도를 폐지하고 나머지를 두었다. 어느 쪽이든 일곱 요소 중 하나만 움직인 변화는 작동하지 않는다.

GE를 별도의 함정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실패의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포스는 설계 단계에서 무너졌지만, GE는 감지와 균형 단계에서 무너졌다. 조직이 놓인 모순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읽지 못했고, 그래서 도구를 조정할 시점을 놓쳤다.

이 함정을 피하려면

맥락무시 함정이 위험한 이유는, 그 도구가 한때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는 데 있다. 실패한 제도는 버리기 쉽지만, 성공했던 제도는 버리기 어렵다. 성공의 기억은 그 제도를 정체성의 일부로 만든다. 성공의 기억이 판단을 묶는다는 점에서, 코닥이 필름 사업을 놓지 못한 것과 뿌리가 같다.

점검 질문은 세 가지다.

  • 지금 우리 조직의 핵심 모순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 제도를 도입할 때의 모순과 같은 모순인가?
  • 이 제도가 만들어 낸 성과는 어느 영역에서 나왔는가? 그 영역이 지금도 조직의 성장 동력인가?
  • 제도를 폐지한다면, 그 제도가 수행하던 기능을 무엇이 대신할 것인가? 폐지만으로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

같은 도구가 어떤 모순에서는 동력이 되고 다른 모순에서는 함정이 된다. 도구는 모순과 짝을 이룰 때만 의미를 갖는다. 다른 회사의 제도를 이식할 때 함께 옮겨야 하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그 제도가 다루려 했던 모순이다.

모순경영이란 무엇인가 · 경쟁↔협업의 모순 · 같은 도구를 다르게 다룬 사례: 마이크로소프트


참고: NPR, “Was GE CEO Jack Welch bad for business?” (2022.6.1). 이 인터뷰에서 The Man Who Broke Capitalism 저자 David Gelles는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입한 스택 랭킹이 웰치의 바이탈리티 커브를 직접 본받은 것임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