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아이티 자율과 통제의 모순은 통제 장치를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상대평가도 개인 성과급도 징벌적 관리도 없는 이 회사가 방임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제거된 통제의 기능을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사후 평가가 아니라 입구, 곧 인재 선발이었고, 그것을 떠받친 것은 회사가 먼저 지불한 신뢰였다. 넷플릭스가 출구를 통제했다면, 이 회사는 입구를 통제했다.
먼저 밝혀 둘 것이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00년 포스코 사내벤처에서 독립한 비상장 중견기업이다. 외부에서 검증 가능한 정보의 폭이 좁고, 공개된 자료의 상당 부분이 회사의 협조로 작성된 사례연구와 인터뷰다. 이 글은 그 한계를 전제로 읽어야 한다.
마이다스아이티 자율과 통제의 모순은 무엇이었나
넷플릭스 사례에서 확인했듯, 자율↔통제의 모순에서 흔한 오해는 자율을 통제의 반대말로 여기는 것이다. 통제 장치를 걷어내면 자율이 저절로 작동하리라는 기대는 대개 실패한다. 규정과 감시가 사라진 자리에 방향과 책임이 없으면, 조직은 자율이 아니라 방임이 된다.
그렇다면 통제를 제거하고도 방임에 빠지지 않으려면, 제거된 장치가 하던 기능을 무엇이 대신하는가에 답해야 한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이 질문에 넷플릭스와 다른 답을 내놓은 사례다.
감지 — 문제는 통제의 양이 아니었다
2004년, 창업 4년째의 마이다스아이티는 직원이 100여 명을 넘어서면서 흔들렸다. 연간 이직률은 30%에 달했다. 해외 진출로 업무량이 폭증했고 야근이 일상이던 시기였다.
창업자 이형우 대표가 처음 내린 처방은 통상적인 것이었다. 야근을 없애고 매일 6시 반 정시 퇴근을 시켰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한 달도 안 되어 직원들은 다시 남아서 일하고 있었다. 남아 있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일이 재미있고, 회사를 믿으며, 회사의 성장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장면이 감지의 내용을 알려 준다. 떠난 사람들의 문제는 업무량 자체가 아니라 신뢰와 소통이었고, 남은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강제가 아니라 일의 의미와 회사에 대한 믿음이었다. 같은 시기 창립 기념 워크숍에서 한 신입사원이 초청 가수 선정에 불평했을 때, 대표는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자신이 무관심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우선순위는 자본보다 인간, 기업 성장보다 직원 행복 쪽으로 이동했다.
감지된 것은 통제의 양을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라 통제가 서 있는 토대의 문제였다.
설계 — 통제를 아래로 옮기다

이 회사의 설계는 네 개의 층으로 읽을 수 있다.
신뢰라는 토대. 높은 기본급, 호텔식 식사로 상징되는 복리후생, 고용 보장, 사내근로복지기금(행복기금)이 바탕에 있다. 이 회사의 논리에서 복지는 성과의 보상이 아니라 신뢰 형성을 위한 선투자다. 회사가 먼저 안정과 존중을 제공하면 그 신뢰가 자발과 자율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순서가 반대인 조직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이 결정은 이례적이다.
인재 선발이라는 관문. 통제를 줄인 만큼 들어올 사람에 대한 판단에 힘이 실린다. 선발 기준은 열정, 전략적 사고, 내재적 동기다.
구조. 셀 경영으로 조직을 작게 나누고, 직급과 직책을 분리해 대리가 실장이나 해외 법인장을 맡을 수 있게 했다. 리더는 지시와 통제를 담당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코치이자 조정자의 역할을 맡는다. 셀 경영은 통제를 없앤 조직이 아니라, 감시와 규칙에 의한 통제를 신뢰와 명확한 역할·책임 구조로 대체한 운영 방식이다.
그 위의 자율. 이 세 층이 받쳐 줄 때 자발적 몰입이 성립한다.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넷플릭스는 결과를 통제한다. 시장 최고 수준의 보수를 주되 기준에 못 미치면 내보내는, 높은 자유와 높은 긴장의 결합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선발에 더 큰 노력을 들인다. 들어올 사람을 잘 고르되 들어온 뒤에는 징벌도 탈락도 없는 안정을 준다. 높은 자유와 높은 안정의 결합이다. 같은 모순에 대한 두 개의 균형점이며, 어느 쪽이 옳으냐가 아니라 각자의 사업 특성과 인간관 위에서 내적 정합성을 갖추었느냐가 관건이다.
균형 — 시행착오와 도구의 진화
균형은 움직인다. 이 회사에서도 두 장면이 그것을 보여 준다.
첫째, 시행착오의 기록이 남아 있다. 2009년까지 이 회사도 개인 평가를 연봉 인상률에 반영했고 개인 성과급도 운영했다. 상대평가는 없었지만 절대평가가 보상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 결과 성과급을 받지 못한 구성원들이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느끼고 부정적으로 변해 가는 부작용이 확인됐다. 이후 2010년 단일호봉제로, 2013년 팀 상여금제로 단계적으로 이동했다. 현재의 설계는 이념의 일괄 적용이 아니라 실험과 수정의 산물이며, 균형점은 십 년에 걸쳐 이동했다.
둘째, 통제의 재배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18년 이 회사는 신경과학 기반의 AI 역량검사를 출시했고, 자사 채용에서 서류와 대면 면접을 전면 폐지한 뒤 역량검사와 현업 리더와의 대화라는 두 단계로 전형을 재편했다. 설계의 핵심 장치인 인재 선발이 15년간의 대인 면접에서 알고리즘 기반으로 교체된 것이다.
자율과 통제의 균형은 정적 상태가 아니라 통제의 위치와 개념을 계속 옮겨 온 동적 과정이다. 주목할 점은 옮겨 간 방향이다. 2009년의 개인 성과급은 사후 통제였고, 2013년의 팀 상여금제는 그 통제를 집단 단위로 옮긴 것이며, 2018년의 선발 도구 교체는 통제를 다시 입구로 옮긴 것이다. 통제의 총량이 줄었다기보다 통제가 놓인 자리가 계속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제도의 위치를 옮긴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의 자리를 안에서 밖으로 옮긴 것과 같은 성격의 조정이다
이 사례의 그림자
첫째, 창업자의 사상 위에 세워진 자율이라는 역설이다. 이 회사의 모든 제도는 창업자의 경영 철학에서 시작되었고, 그 철학의 깊이가 제도의 일관성을 보증해 왔다. 그러나 이는 곧 취약성이 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내용을 이해하기는 쉬워 보여도 가치관을 내재화해 실천하기는 어렵고, 최고경영자의 이념과 실천 의지가 핵심 전제다. 창업자가 물러난 뒤에도 이 설계가 유지될 것인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리더의 결단이 만든 변화가 리더 의존이라는 그림자를 남겼고, 유한양행은 그 의존을 끊기 위해 균형을 지배구조에 심었다.행복기금의 소유 구조화와 승계 방침이 준비되고 있으나, 창업자 생존 중이라는 점에서 유한양행처럼 구조로 검증된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둘째, AI 역량검사는 또 다른 논의를 낳고 있다. 회사 측은 예측 타당도 결과를 제시하지만, 외부의 독립적 검증에서는 공정성과 접근성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 상태다. 도구의 타당성 논쟁이 어느 쪽으로 정리되든, 조직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검증 논쟁 중인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검토가 필요한 지점이다. 선발이 설계의 핵심 장치인 만큼, 그 장치의 신뢰성은 설계 전체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셋째, 자료 원천의 동질성이다. 이 회사에 관한 공개 정보는 동종 규모 기업 대비 이례적으로 많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원천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이 사례를 읽을 때 유보가 필요한 이유다.
남는 질문
한국 조직의 흔한 풍경은 자율과 통제의 교착이다. 권한을 주었다고 말하지만 결정을 위에서 내리면 형식적 자율이 되고, 주도성은 원하되 결과의 책임은 회피하는 태도는 고립된 개인의 자유에 가깝다. 경영진은 책임을 안 지려 하니 권한을 못 준다 하고, 구성원은 권한을 안 주니 책임질 수 없다 한다.
이 사례가 보여 준 것은, 신뢰가 제도로 안착되면 주체성이 몰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비용을 먼저 지불하는 형태로만 성립했다.
우리 조직은 자율을 요구하기 전에 무엇을 먼저 지불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