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제조 3단계의 역설: 직관을 데이터화할수록 직관이 사라진다

숙련공의 직관을 데이터로 옮기면 숙련공의 은퇴 후에도 공장은 높은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에 직관으로 파악되는 문제를 알아챌 사람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자율제조가 3단계로 올라간다는 것은 앞의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분석과 직관은 대체 관계로 보이지만 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이고, 모순은 여기서 열린다.

자율제조 3단계 전망,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8월 9일 한국경제는 제조 AI 기업 원프레딕트 윤병동 대표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현재 산업 현장의 자율제조 수준은 AI가 작업자를 보조하는 1~2 단계에 머물어 있으며, 3~4년 안에 특정 공정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3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여러 대기업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인터뷰의 요지다.1 정유, 발전, 반도체, 2차전지 등 국내외 81개 공장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고, 출발점은 고령화와 숙련공 은퇴에 따른 구조적 인력난이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성장 전망이 아니라 걸림돌에 대한 진단이다. 윤 대표는 AI가 결론만 내놓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블랙박스 한계와 그로 인한 현장 장인들의 거부감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짚었다. 그리고 그레이박스 기술로 20~30년 차 현장 장인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박스는 내부를 알 수 없는 블랙박스와 계산 과정이 모두 드러나는 화이트박스 사이를 가리키는 말로, 기사에서는 기계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생겨 불량이 났는지까지 짚어 주는 방식을 뜻한다.

어떤 모순이 작동하고 있나

데이터로 옮겨지는 것은 대부분 과거 경험이다. 새로운 설비에 대해 과거 데이터가 어디까지 대처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한 처음 보는 이상을 알아채는 일도 여전히 직관의 몫이다.

분석과 직관은 다른 방식의 판단 방식이지만, 서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분석은 직관의 기반을 만들고, 직관은 분석이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모순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장인의 감각은 설비가 실제로 고장 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만들어졌다. 체스 연구가 보여준 것이 이것이다. 고수가 판세를 읽는 것은 타고난 감이 아니라 많은 대국에서 축적한 패턴을 순간적으로 불러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숙련된 직관은 분석의 반대라기보다, 반복된 경험과 피드백을 통해 축적된 패턴 인식의 압축된 형태에 가깝다.2 결과를 기록하는 체계가 없었다면 20년은 숙련이 아니라 그냥 사라지는 것이다. | 분석과 직관의 모순 |


반대 방향도 있다. 무엇을 이상으로 볼 것인지, 이 신호가 고장의 전조인지 정상 변동인지는 데이터가 아닌 인간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레이박스라는 기술이 나온 것도 경고의 알람을 받아들일지 기각할지를 결국 사람이 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조는 순환이고, 이 사례의 긴장은 그 순환이 한 방향으로만 끊길 수 있다는 데 있다. 분석이 고도화되면 개입이 줄고, 개입이 줄면 결과를 확인할 기회가 줄고, 확인이 줄면 다음 직관이 형성되기 어렵다. 분석의 기반은 현장의 데이터와 인간의 판단인데, 분석이 고도화되면 그 판단을 할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율제조가 장기적으로 진화하려면 인간의 개입을 어디까지 줄이고 어디에서 유지할 것인지가 새로운 설계 문제가 된다.

사진-Unsplash의-Nina-Mercado

이것은 단순한 딜레마가 아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다른 쪽을 포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석이 직관을 대체하면 안 되는 이유는 직관이 분석의 원천이기 때문이고, 반대로 직관만으로 판단할 수도 없는 이유는 경험을 데이터와 비교하고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요소는 서로 대립하면서 동시에 서로의 기반이 된다.

직관을 믿을 수 있는지는 사람의 자질 보다는 그가 일한 환경의 성격이 결정한다. 단서와 결과 사이에 안정적 관계가 있는가, 신속하고 명확한 피드백을 받으며 충분히 반복했는가. 두 조건이다.3 설비 진동과 고장, 공정 조건과 불량은 이 조건에 가깝다. 20~30년 차의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은 신뢰성 있는 직관을 가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자율제조의 목표를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으로만 설정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모든 판단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아직 학습하지 못한 영역에서 인간의 판단이 계속 생성되고 기록되고 환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자율제조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자동화가 성공할수록 인간의 개입은 줄어들어야 하지만, 자율제조가 계속 진화하려면 인간의 판단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문제는 인간과 AI 중 누가 판단할 것인가가 아니다. AI의 판단과 인간의 판단이 서로를 어떻게 학습시키게 할 것인가다.

아직 알 수 없는 것

자율제조가 고도화되면 신입 채용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개인의 직관이 무뎌지는 문제가 아니라 직관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풀 자체가 좁아지는 문제도 존재한다.

남는 질문

  1. 직관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 뒤에도 모델은 갱신될 수 있는가? 현 세대 숙련공이 은퇴한 뒤 새로운 설비와 소재에 대한 정답은 누가 공급하는가?
  2. 우리 공장은 판단의 정확도를 기록하고 있는가? 기록이 없다면 장인의 감각이 실력인지 확신인지 조직은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3. 사람이 AI와 다른 판단을 해서 틀렸을 때와 같은 판단을 해서 틀렸을 때 책임이 달라지는가? 다르다면, 책임이 적은 것을 선택한다. 책임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마도 AI와 다른 판단을 해서 틀렸을 때이다.

  1. 한국경제, 「윤병동 대표 “대기업과 손잡고 공장 ‘자율제조 3단계’ 시대 주도”」, 성상훈 기자, 2026.08.09, 지면 A2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0927291 ↩︎
  2. William G. Chase, Herbert A. Simon, “Perception in Chess”, Cognitive Psychology 4(1), 1973. ↩︎
  3. Daniel Kahneman, Gary Klein, “Conditions for Intuitive Expertise: A Failure to Disagree”, American Psychologist 64(6), 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