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같은 개편에서 두 가지 일을 했다. 연구 조직은 떼어 냈고, 제품 조직은 붙였다. 반대 방향처럼 보이지만 같은 설계다. 다만 이런 설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나누는 것도 붙이는 것도 아니다. 떼어 놓은 것을 다시 연결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미약품은 2026년 5월 1일 조직을 혁신성장, 지속성장, 미래성장, 성장지원 4개 부문 체제로 재편하고 이를 공개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 처음 단행한 전면 개편이다.1
가장 큰 변화는 혁신성장부문 신설이다. 비만 치료제의 국내외 안착을 위해 신제품개발센터, 마케팅센터, 평택제조센터, 의약혁신센터, 해외영업팀을 한 부문에 통합 배치했다.2 반대로 기존 R&D센터는 미래성장부문으로 재편돼 비만대사, 항암, 융합 3개 센터를 두게 됐고, 회사는 연구개발 독립성을 확보해 초기 파이프라인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영업본부는 지속성장부문으로 승격했고, 성장지원부문에는 팔탄제조센터와 사업관리센터가 들어갔다. 대규모 임상 투자를 결정하는 포트폴리오 위원회도 가동하며 임상센터를 그 산하로 옮겼다.
황상연 대표는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사업 목표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어떤 모순이 작동하는가?
탐색(신규 사업 추진)은 떼어 놓아야 살고, 활용(기존 사업)은 붙여 놓아야 산다. 그런데 떼어 놓은 탐색의 결과는 결국 활용으로 넘어가야 수익과 연결이 된다.
신약 후보를 찾는 일과 허가받은 약을 파는 일은 성공의 정의부터 다르다. 앞의 일은 성공률이 매우 낮고, 뒤의 일은 숫자(성과)로 평가된다. 탐색과 활용이라고 부른 두 활동이 한 조직 안에 있으면 대개 당장 성과가 나오는 곳이 자원을 가져간다.3 그래서 신규 사업을 떼어 놓는다. 이것이 양손잡이 조직의 구조적 해법이다.
분화와 통합의 언어로 보면 이 분리는 환경이 요구하는 분화다. 로렌스와 로쉬가 지목한 부서 간 차이 가운데 시간 지평(장기와 단기)과 형식화 정도가 두 부문 사이에서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4 그런데 같은 개편에 반대 방향도 들어 있다. 개발, 제조, 마케팅, 해외영업을 한 부문에 묶은 것은 분화의 반대다. 한쪽은 나누고 한쪽은 붙인 설계다.
딜레마인가 모순인가
모순인지 가르는 첫 질문은 선택으로 끝나는가다. 연구를 독립시켰다고 상업화와의 연계 요구가 사라지지 않고, 개발, 제조, 영업을 묶었다고 연구의 독립 요구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회사가 같은 개편에서 둘을 함께 한 것 자체가 그 증거다.
확인 질문 셋도 모두 ‘예’다. 대립 — 초기 파이프라인은 당장의 매출 논리에서 떨어져 있어야 하고, 출시를 앞둔 약은 개발, 생산, 마케팅이 밀착해야 한다. 각각 타당하다. 지속 — 비만약이 안착해도 다음 파이프라인은 계속 필요하고, 파이프라인이 늘수록 그것을 제품으로 바꿀 조직도 계속 필요하다. 상호의존 — 활용 쪽이 강해질수록 탐색을 보호할 장치가 더 필요해지고, 탐색을 멀리 떼어 놓을수록 넘기는 일의 부담이 커진다.
떼어 놓은 것을 무엇으로 잇는가
장치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혁신성장부문 자체다. 개발부터 해외영업까지 한 지휘 아래 묶는 것은 통합 장치 가운데 가장 강한 형태이고, 그만큼 비용도 크다.5 다른 하나는 포트폴리오 위원회다. 구조적 분리가 성과로 이어진 조직들의 공통점은 분리 자체가 아니라 최고경영진 수준에서 두 영역을 함께 쥐고 자원을 배분했다는 데 있었다.6 이 위원회가 그 자리다.

다만 짚고 가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임상센터가 위원회 산하로 옮겨지면서 탐색과 활용 사이에 또 다른 조직이 들어왔다. 정보의 넘김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일어난다. 둘째, 비만이라는 같은 영역이 분할선 양쪽에 있다. 비만대사센터는 미래성장부문에, 비만약 상업화는 혁신성장부문에 있다.
두 번째는 두 가지로 읽힌다.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 나눈 것처럼 보이지만, 분리의 기준은 영역이 아니라 활동의 성격이다. 차세대 신약을 찾는 일과 곧 나올 약을 안착시키는 일은 다른 활동이고, 같은 영역이라는 이유로 붙여 두면 탐색(신약)은 늘 밀린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반대 방향의 흐름이다. 7 후보물질이 상업화로 가는 순방향은 순차적 관계라 계획으로 조정되지만, 실사용 데이터와 적응증 확장 요구가 연구로 돌아가는 역방향은 상호적 관계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당뇨로 넓히는 임상을 이미 진행 중이다.8
경계를 넘는 일은 전달이 아니라 번역이다. (매우 다른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칼라일의 구분으로 보면 후보물질을 상업화 조직에 넘기는 일은 용어를 맞추면 되는 층이 아니라, 받는 쪽이 자기 방식을 바꿔야 넘어가는 층에 가깝다.9 즉 번역에 가까운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층의 문제는 회의를 늘려서 줄지 않는다.
정합 모델로 보면
| 요소 | 상태 | 근거 |
|---|---|---|
| 구조·제도 | 움직임 | 탐색과 활용을 부문으로 분리하고 위원회라는 통합 장치를 함께 세웠다 |
| 전략·핵심업무 | 움직임 | 비만 치료제 상업화와 초기 파이프라인 발굴을 각각 다른 부문의 핵심 업무로 명시했다 |
| 리더십 | 긴장 | 설계는 경계를 세웠는데 대표의 설명은 경계를 허문다는 언어다 |
| 목적·비전 | 움직임 | 2030 중장기 비전의 성장 축을 조직 단위로 번역했다 |
| 신뢰 | 확인 불가 | 부문 간 관계에 대한 내부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다 |
| 조직문화 | 확인 불가 | 공개 자료 범위 밖이다 |
| 개인 행동 | 확인 불가 | 연구자가 상업화 단계까지 따라가는지, 성과가 어느 부문에 기록되는지 알 수 없다 |
정합 모델로 보면 구조와 전략은 함께 움직였고, 리더십의 언어만 설계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이 사례를 설계 단계로 보는 이유다.
아직 알 수 없는 것
이 분석은 2026년 5월 공개된 개편 발표와 보도에 근거한다. 부문장 인선, 위원회의 구성과 의결 방식, 부문별 성과 평가 기준은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개발 독립성 확보’는 회사의 설명이며 실제 자원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다. 구조적 분리가 성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분리된 조직 사이의 통합에 실패하는 경우가 오히려 흔하다는 것이 이 이론의 축적된 교훈이다.[^6]
남는 질문
- 후보물질은 어느 시점에 미래성장부문을 떠나는가? 그 시점을 누가 정하는가? 이 기준이 정해지지 않으면 유리한 쪽이 놓지 않는다.
- 나가는 길은 설계됐는데 돌아오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출시 이후의 데이터가 연구로 돌아가지 못하면 분리는 단절이 된다.
- 포트폴리오 위원회는 캐시카우의 논리에서 탐색을 지키는 자리인가? 캐시카우의 논리를 집행하는 자리인가?
- 임상센터를 위원회 산하에 둔 것은 두 부문을 잇는 다리인가, 하나 더 생긴 경계인가?
- 탐색의 실패는 누구의 실패로 기록되는가? 책임의 소재가 정확하지 않으면 일은 진행되지 않는다.
- 머니투데이, 「한미약품, ‘혁신성장부문’ 조직 신설…”비만약 안착시킨다”」, 2026.05.08. https://www.mt.co.kr/thebio/2026/05/08/2026050814591133823 ↩︎
- 서울경제, 「한미약품, ‘혁신성장부문’ 신설… 비만 신약 현금 창출 이끈다」, 2026.05.08. https://www.sedaily.com/article/20041881 ↩︎
- James G. March, “Exploration and Exploitation in Organizational Learning”, Organization Science 2(1), 1991. ↩︎
- Paul R. Lawrence, Jay W. Lorsch, Organization and Environment: Managing Differentiation and Integration,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1967. ↩︎
- Jay R. Galbraith, Designing Complex Organizations, Addison-Wesley, 1973. ↩︎
- Charles A. O’Reilly III, Michael L. Tushman, “The Ambidextrous Organiz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April 2004; “Organizational Ambidexterity: Past, Present, and Future”,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27(4), 2013. ↩︎
- James D. Thompson, Organizations in Action, McGraw-Hill, 1967. ↩︎
- 한국경제, 「국산 비만약 시대 개막…한미, 4분기 출시」, 이지현 기자, 2026.01.2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12270981 ↩︎
- Paul R. Carlile, “Transferring, Translating, and Transforming: An Integrative Framework for Managing Knowledge Across Boundaries”, Organization Science 15(5),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