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협업의 모순 — 경쟁을 없애지 않고 자리를 옮기다

경쟁과 협업의 모순은 성과를 끌어올리는 경쟁과 시너지를 만드는 협력이 같은 조직 안에서 동시에 요구되면서 생기는 긴장이다. 다만 이 모순은 앞의 두 유형과 성격이 다르다. 자율과 통제가 한쪽을 늘리면 다른 쪽이 줄어드는 관계에 가깝다면, 경쟁과 협업은 상호의존적이다. 한쪽을 강화한다고 다른 쪽이 자동으로 줄지 않으며, 잘 조율하면 두 힘이 서로를 자극해 더 높은 수준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다. 모순경영의 관점에서 이 모순의 핵심 질문은 “경쟁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경쟁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다.

경쟁과 협업이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르다

경쟁은 타인의 성과가 높아질수록 내 성과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구조다. 모두가 동시에 높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일부 개인이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개인의 능력 발휘를 최대화하고, 성과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므로 배분의 효율도 높아진다.

협업은 타인의 성과와 내 성과가 서로를 밀어 올린다. 다수가 동시에 높은 성과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이며, 자원을 공유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쓰기 때문에 활용의 효율이 올라간다.

두 힘 모두 대가가 있다. 과도한 경쟁에 노출된 사람은 단기 성과에 몰입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며, 내 성과가 중요하므로 협업을 주저하게 된다. 협업에서는 기여도 차이나 신뢰 부족이 쌓이면 무임승차 문제가 생긴다. 조직 안의 관계가 복잡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서 간 경쟁은 부서 내부의 협업을 촉진하지만, 그 경쟁이 끝나면 내부에서 경쟁이 다시 부각된다. 경쟁과 협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위치와 시점의 문제다.

경쟁과 협업의 모순 — 경쟁을 없애지 않고 자리를 옮기다

마이크로소프트 — 문제는 경쟁의 양이 아니라 위치였다

2012년 한 잡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윈도우·오피스·서버·모바일 부서가 서로에게 권총을 겨누는 일러스트로 묘사했다. 풍자라기보다 정확한 묘사에 가까웠다. 같은 시기 안팎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통용됐다. 모바일에서는 애플과 구글에게, 검색에서는 구글에게, 클라우드에서는 후발 주자였던 아마존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문제의 뿌리는 평가 제도였다. 모든 직원을 강제 분포에 따라 등급화하는 스택 랭킹이 오래 운영됐다. 한 팀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 안에서 반드시 일정 비율은 낮은 점수를 받아야 했고, 보상과 진급이 이 분포로 결정됐다. 동료의 성공은 나의 위협이었고, 부서 단위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했다. 협업은 손해를 보는 행동이 됐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스택 랭킹 폐지는 사티아 나델라의 결정이 아니다. 2013년 7월 스티브 발머가 ‘One Microsoft’ 전략을 발표했고, 같은 해 11월 인사 담당 임원 리사 브러멜이 전 직원에게 등급 분포 평가의 종료를 알렸다. 즉 감지와 제도 폐지는 발머 재임기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도가 사라졌다고 그 위에 쌓인 문화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동료를 잠재적 경쟁자로 보는 습관, 부서 단위 방어 본능은 그대로 남았다. 폐지된 자리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가 빈자리로 남았고, 2014년 부임한 나델라가 마주한 것이 이 빈자리였다. 그가 본 문제는 경쟁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잘못된 자리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빈자리를 채운 네 가지 설계

  • 평가 기준의 재설정 — 등급 분포가 사라진 자리에 커넥트 미팅이 들어섰다. 네 가지 질문(어떤 영향력을 만들었는가, 다르게 했다면 어떤 영향력이 가능했는가, 앞으로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를 위해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가)에는 협업이 항목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질문에도 동료와의 연결 없이는 답할 수 없다. 협업을 강제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서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 것이 이 설계의 정교함이다.
  • 세 문화 축의 결합 — 성장 마인드셋, One Microsoft, 공감과 심리적 안정. 성장 마인드셋이 작동하려면 실수를 드러내도 처벌받지 않는 심리적 안정이 먼저 있어야 하고, One Microsoft가 작동하려면 동료의 성공이 내 위협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 먼저 있어야 한다. 셋은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 경쟁의 방향 재배치 — 나델라는 경쟁을 제거하지 않았다. 내부 경쟁을 약화시키는 대신 회사 대 회사의 외부 경쟁은 오히려 강화했다. 동시에 경쟁자와 협력하기도 했다. iOS용 오피스, 리눅스 지원, 깃허브 인수, 오픈AI 투자가 그렇다.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에서는 협력하고, 가치를 포착하는 단계에서는 경쟁한다.
  • 매니저 역할 재정의 — 약 2만 7,000명의 매니저를 대상으로 평가·보상·채용 전반의 재교육을 진행하고, 관리자가 감독자가 아니라 코치가 되도록 코칭 교육을 병행했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새 제도는 서류로 남는다.

이 전환에 5년 가까이 걸린 이유는 분명하다. 평가만 바뀌고 매니저의 행동이 그대로였다면 새 제도는 위장에 불과했을 것이고, 슬로건만 바뀌고 평가가 그대로였다면 One Microsoft는 구호로 남았을 것이다.

GE — 같은 도구, 다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폐지한 등급 분포 평가는 그들의 발명품이 아니다. 1981년 GE의 CEO로 부임한 잭 웰치가 도입한 ‘바이탈리티 커브’가 원형이다. 직원을 매년 상위 20퍼센트·중간 70퍼센트·하위 10퍼센트로 나누고 하위 등급을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발머가 도입한 스택 랭킹이 이 모델이다.

단기적으로 이 도구의 효과는 부정하기 어렵다. 웰치 부임 시 약 140억 달러였던 GE의 시가총액은 2001년 퇴임 시점에 약 6,000억 달러가 됐다.

그렇다면 같은 도구가 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으로 지목됐는가. 핵심은 도구를 둘러싼 모순의 종류가 달랐다는 데 있다. 웰치 부임 당시 GE의 모순은 비대한 관료 조직과 경쟁력 회복 사이의 긴장이었고, 이 모순에서는 내부 경쟁의 강화가 한동안 동력으로 작동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업부가 다양해지고 이질적 영역이 결합되면서 GE가 마주한 새로운 모순은 경쟁과 협업 사이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시점에 GE는 이미 바이탈리티 커브를 멈출 수 없는 조직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성공이 다른 누군가의 하위 등급을 의미하는 시스템에서 협업은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이었다.

GE는 2016년 말 40년간 운영해 온 연간 성과 평가를 공식 폐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보다 3년 늦은 시점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결정적 차이는 폐지 자체가 아니라, 폐지된 자리를 5년에 걸쳐 정합적으로 설계했는가에 있다. 같은 도구가 어떤 모순에서는 동력이 되고 다른 모순에서는 함정이 된다.

세 단계로 정리하면

단계마이크로소프트GE
감지경쟁이 잘못된 자리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재정의초기 모순(관료주의)에는 정확했으나, 모순이 바뀐 것을 읽지 못함
설계평가·문화·경쟁 방향·매니저 역할을 함께 재설계도구는 그대로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만 확대
균형시기별로 무게중심을 옮기되 어느 축도 비우지 않음내부 경쟁 쪽으로 고정, 폐지는 2016년으로 늦음
7요소 정합일곱 요소가 5년에 걸쳐 같은 방향으로 정렬제도가 문화·사람과 어긋난 채 유지됨

이 모순을 다룬 기업들

  • 마이크로소프트 — 경쟁을 제거하지 않고 방향을 안에서 밖으로 돌렸다.
  • 코스맥스 — 사업 모델 자체에 내재한 모순을, 겹쳐 오는 세 모순과 함께 관리했다.
  • GE — 한 모순에서 동력이던 도구가 다른 모순에서는 함정이 됐다. 맥락무시 함정.

경쟁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평가 제도를 건드리는 일이므로 자율과 통제의 문제와 곧바로 만난다.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해지는 시점은 대개 조직이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새 축을 세우는 시점이다. 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를 포함한 네 유형의 공통 원리는 모순경영이란 무엇인가에서 다룬다.

우리 조직은 어떤가 — 자가 진단 질문

  • 우리 조직의 경쟁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옆자리 동료인가, 옆 부서인가, 시장의 경쟁자인가.
  • 지금 잘 작동하는 평가 도구가 있다면, 그 도구가 어떤 모순을 전제로 설계된 것인가. 그 모순은 아직 우리 조직의 모순인가.
  • 협업을 평가 항목에 넣었는데도 협업이 늘지 않는다면, 협업이 여전히 손해 보는 행동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 제도를 바꿀 때 그 제도를 운영할 관리자의 행동도 함께 바꿨는가. 그렇지 않다면 새 제도는 서류로만 존재할 수 있다.
  • 외부 경쟁자와 협력할 수 있는 영역과, 반드시 경쟁해야 하는 영역을 구분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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