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는 자율의 반대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표준화하고 무엇을 표준화하지 않을지를 가르는 일이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가 2026년 3월 글로벌 인사 시스템 통합을 완료했다. 예측 불가능성을 자산으로 삼아 온 브랜드가 표준 인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패는 시스템이 아니라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에 달려 있다.
젠틀몬스터 인사 시스템, 무슨 일이 있었나
SAP코리아는 2026년 3월 30일 아이아이컴바인드가 SAP 석세스팩터스 임플로이 센트럴 기반의 글로벌 통합 인사 관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LG CNS와 협력해 수행한 프로젝트로, 국가별로 분산 운영되던 인사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젠틀몬스터는 글로벌 확장을 고려한 HR 정책·직무 관리 체계 수립, HR 표준 프로세스 정립, 데이터 기반 리포팅 체계 구현, 해외 사업장을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 설계를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1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통해 HR 데이터를 일원화하고 반복적 업무의 자동화하였다. 또한 개인정보 자동 파기를 통한 법적 리스크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임직원이 자신의 인사 정보를 직접 조회하고 관리하는 셀프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2 회사는 이를 두고 글로벌 인사 운영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밝혔다.3
같은 반기에 다른 일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1월 6일 이 회사에 대해 기획근로감독에 착수했고,4 회사는 2월 재량근로제를 폐지해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5 두 사안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인사 제도를 둘러싼 두 움직임이 같은 시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사진: Unsplash의 Ryan Ancill
어떤 모순이 작동하고 있나?
이 회사가 내세우는 정체성은 예측 불가능성다.6 예측 불가능성은 표준화되지 않은 판단에서 나온다. 그런데 여러 나라로 사업을 넓히는 조직은 표준화된 인사 인프라가 없으면 매우 혼란스럽다.
어떤 영역이든 표준화하면 창의성이 줄어들고, 표준화하지 않으면 확장이 어렵다. 젠틀몬스터 입장에서 둘 다 필요하다. 딜레마가 아니라 모순이다. [자율과 통제의 모순]
인사 시스템 도입에서 중요한 것은 표준화를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표준화했느냐다. 발표된 내용에서 표준화 대상은 인사 데이터와 인사 프로세스, 리포팅 체계다. 창작의 방식이나 브랜드 판단이 아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한 LG CNS는 이 회사 고유의 HR 정책과 직무 구조를 플랫폼에 맞춰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7
이 결정은 창의성을 위한 자율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율이 바탕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 넷플릭스가 휴가와 지출의 규정을 없애면서 성과 기준과 정보 공개를 함께 높인 것과 같은 종류의 설계다. [넷플릭스]
정합 모델로 보면
| 요소 | 상태 | 근거 |
|---|---|---|
| 구조·제도 | 움직임 | HR 표준 프로세스 정립 리포팅 체계 구현 |
| 전략·핵심업무 | 움직임 | 인사 인프라가 해외 확장 전략에 맞춰 배치 |
| 목적·비전 | 멈춤 | 예측 불가능성과 글로벌 표준이 어떻게 양립하는지에 대한 회사의 설명이 아직 없음 |
| 리더십 | 확인 불가 | 외부에서 관찰되지 않음 |
| 신뢰 | 확인 불가 | 근로감독 결과가 공표되지 않아 판단 유보 |
| 조직문화 | 확인 불가 | 외부에서 관찰되지 않음 |
| 개인행동 | 확인 불가 | 외부에서 관찰되지 않음 |
움직인 것이 둘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자포스는 홀라크라시라는 구조를 바꾸고 나머지 요소를 그대로 두었다가 무너졌다. 이 회사는 구조를 전략과 함께 움직였다.
중심을 잡은 것은 목적과 비전이다. 시스템은 가동됐지만 왜 이 시스템이 필요한지, 표준화가 이 브랜드의 예측 불가능성과 어떻게 공존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예측불가능성과 글로벌 표준이 양립해 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 알 수 없는 것
표준화는 확장이 빠르다. 인사 시스템이 표준화된다면 평가도 그 영역에 포함된다. 창의성이 중요한 직군에도 표준화된 평가가 적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인사 운영 수준에서 멈출지, 평가와 보상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SAP의 제품은 성과와 보상까지 확장에는 기술적 장벽은 없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7,723억 원, 영업이익 1,770억 원을 기록했다.8 이번 인사 시스템 도입이 성장 국면에 필요한 일인지, 성장 방식 자체가 바뀌는 일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는 질문
- 우리 조직에서 표준화해야 할 것과 표준화하면 안 되는 것의 경계는 어디인가?
- 우리는 시스템을 조직에 맞췄는가, 조직을 시스템에 맞췄는가?
- 제도는 새롭게 도입되었다면, 그 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제공되고 있는가?
- 뉴시스, 「SAP코리아, ‘젠틀몬스터’ 글로벌 통합 인사 관리 시스템 구축」, 2026.03.30. ↩︎
- SAP코리아 뉴스센터, 「SAP코리아, 젠틀몬스터 글로벌 통합 인사 관리 시스템 구축」, 2026.03.30. https://news.sap.com/korea/2026/03/ ↩︎
- ZDNet Korea, 「젠틀몬스터, SAP 손잡고 인사 시스템 개편…글로벌 조직 통합」, 2026.03.30. https://zdnet.co.kr/view/?no=20260330165851 ↩︎
- 서울경제, 「잘나가던 젠틀몬스터, ‘주 70시간 초과 근로’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2026.01.06. https://www.sedaily.com/NewsView/2K7756CEQS ↩︎
- 머니투데이, 「주 70시간 일해도 수당 0원…’혹사 의혹’ 젠틀몬스터, 뒤늦게 사과」, 2026.02.04. https://www.mt.co.kr/society/2026/02/04/2026020408144942433 ↩︎
- 아이아이컴바인드 채용 사이트 회사 소개. https://www.iiccareers.com/ko/home ↩︎
- SAP코리아 뉴스센터, 앞의 자료. ↩︎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THE VC 기업정보 인용, 202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