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도입한 조직에서 생산성 지표는 대체로 좋아진다. 문서가 빨리 나오고 회의가 짧아진다. 문제는 그 지표가 무엇을 측정하고 있느냐다. 모순경영의 관점에서 핵심은 AI의 성능이 아니라 측정의 비대칭이다. 안정 쪽에서 얻은 것은 대체로 즉시 숫자로 잡히고, 변화 쪽에서 잃은 것은 몇 년 뒤에야 결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것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감지의 문제다.
AI 도입과 혁신 역량,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8월 14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연구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제 모든 혁신 팀이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과 비슷한 프롬프트를 쓰는데 결과는 크게 엇갈린다. 어떤 팀은 창의성의 르네상스를 말하고, 어떤 팀은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들리는 비슷한 아이디어의 홍수를 말한다. 연구진은 그 이유가 모델에 있지 않다고 본다. 혁신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단계마다 일이 막히는 지점이 있다. 그리고 그 지점은 대개 도구가 아니라 사람 쪽에 있다.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지, 무엇을 좋다고 판단하는지 같은 것들이다. AI는 바로 이 지점들에 작용한다. 그런데 지점마다 반응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막힌 것을 뚫어 주지만 어떤 곳에서는 오히려 더 단단히 막는다. 같은 도구를 써도 팀마다 결과가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1
과정별로 보면 이렇다. 발상 단계에서 모델은 팀을 익숙한 아이디어 쪽으로 몰고 가고 거기에 더 고착시킨다. 선별 단계에서는 잘 다듬어진 AI 생성 제안서가 더 나은 아이디어로 오인될 수 있다. 소비자 조사에서는 시뮬레이션된 고객이 테스트 속도를 높이지만 실제 채택을 좌우하는 비합리적 행동을 놓친다. 출시 뒤에는 AI가 방대한 피드백을 요약해 주지만 팀이 이미 가진 믿음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다섯 달 앞선 3월 연구는 같은 방향을 다른 방법으로 보여준다. AI로 인해 지식 재사용이 저렴해지면 탐색이 줄고 조직의 혁신이 평탄해진다는 것을 보인 연구다. 문제의 원인은 흡수 역량이 있다. 아이디어를 그대로 모방하는 능력이 아니라 평가하고 적응시키고 개선하는 능력이 흡수 역량이다. 재사용에 노력이 들 때 사람들은 배웠다. 하지만 재사용이 쉬워지자 배우는 사람은 사라져 간다.2
어떤 모순이 작동하고 있나?
이 두 연구가 가리키는 것은 탐색과 활용의 오래된 긴장이다. 조직은 이미 아는 것을 잘 이용해야 하고, 동시에 모르는 것은 찾아 나서야 한다. 앞의 것이 안정을 만들고 뒤의 것이 변화를 만든다. [변화와 안정의 모순]
AI는 이 균형을 한쪽에서만 흔든다. 활용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지만 탐색의 비용은 그만큼 낮추지 않는다. 활용이 싸지면 합리적인 선택은 활용으로 쏠린다. 개인 수준에서는 옳은 선택이다. 프롬프트 하나로 답이 나오는데 굳이 처음부터 해 볼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 합리적 선택이 조직 전체에 쌓이면 탐색이 사라진다.
딜레마가 아니다. AI를 쓸지 말지를 고르는 문제였다면 딜레마다. 그러나 쓰지 않는 선택지는 이미 없고, 쓰면서 탐색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모순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조직 내 지표가 지우치기 때문이다. 문서 작성 시간, 처리 건수, 납기 준수율 같은 활용 쪽 지표는 대부분 좋아진다. 탐색 쪽에서 향상된 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적다. 그리고 AI 이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도 장기적으로 나타난다.

사진: Unsplash의 Laura Ockel
정합 모델로 보면
두 연구를 정합 모델에 옮기면 다음과 같다. 특정 기업에 대한 진단이 아니라 AI를 도입한 조직에서 반복 관찰되는 형태다.
| 요소 | 상태 | 근거 |
|---|---|---|
| 전략·핵심업무 | 움직임 | AI가 발상, 선별, 조사, 피드백 전 과정에 들어왔다 |
| 개인행동 | 움직임 | 스스로 시도하기 전에 AI에게 먼저 묻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
| 구조·제도 | 멈춤 | 평가는 AI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만 보고, 어떻게 썼는지는 보지 않는다 |
| 리더십 | 멈춤 | 도입 성과를 활용 쪽 지표로만 확인한다 |
| 목적·비전 | 멈춤 | 탐색에 대한 니즈는 줄어들 수 있다 |
| 조직문화 | 멈춤 | 빠른 산출을 칭찬하는 방식이 그대로다 |
| 신뢰 | 확인 불가 |
전략과 개인행동은 움직였는데 그것을 지지해 줄 제도와 리더의 시각은 그대로다. 3월 연구가 내놓은 처방인 조율된 마찰은 정확히 이것을 겨냥한다. AI에 묻기 전에 스스로 시도하게 하고, AI가 무엇을 생산했는지가 아니라 사람이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평가하라는 것이다. 8월 연구의 조언도 비슷하다. AI를 적용하기 전에 그 병목이 정보의 문제인지 판단의 문제인지 먼저 묻고, 판단의 문제라면 AI에게 묻기 전에 먼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코닥이 무너진 것은 신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지금 AI 도입 성과를 보고받는 회의실의 계기판도 다르지 않다.
아직 알 수 없는 것
두 연구 모두 조직 단위의 장기 데이터가 아니다. 3월 연구는 형식 모델이고, 8월 연구는 혁신 과정별 분석이다. 혁신이 평탄해진다는 것은 모델의 함의이지 여러 해에 걸쳐 관측된 결과가 아니다.
반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 AI가 탐색의 비용도 함께 낮출 수 있다. 혼자서는 떠올리지 못했을 영역까지 훑어보는 데 쓰면 탐색이 늘어난다. 8월 연구가 같은 도구를 쓰는데도 팀별 결과가 크게 엇갈린다고 한 것 자체가 이 여지를 남긴다. 갈림길은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둘러싼 설계와 사람에게 있다는 뜻이다.
한국 조직을 대상으로 한 검증은 아직 없다. 다만 빠른 산출을 높이 사는 문화에서 활용 쪽 쏠림이 더 크게 나타나리라는 예측은 해 볼 만하다.
남는 질문
- 우리 조직의 AI 성과 지표는 무엇을 재고 있는가? 산출물의 양과 속도만 재고 있지 않은가?
- 지난 1년 동안 우리 조직이 해 본 적 없는 방식을 시도한 횟수는 늘었는가 줄었는가? 그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 도구와 일하는 습관은 바뀌었는데 평가와 제도는 그대로 있지 않은가?
- Julian De Freitas, Ayelet Israeli, Gideon Nave, Artem Timoshenko, Olivier Toubia, 「Research: The Innovation Problems AI Can’t Solve」, Harvard Business Review, 2026.08.14. https://hbr.org/2026/08/research-the-innovation-problems-ai-cant-solve ↩︎
- Chengwei Liu, Jerker Denrell, 「Research: Using AI Can Stifle Innovation. But It Doesn’t Have To.」, Harvard Business Review, 2026.03.10. https://hbr.org/2026/03/research-using-ai-can-stifle-innovation-but-it-doesnt-have-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