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성과 폐쇄성의 공존

한국인을 설명하는 특성 목록에는 열린 교류와 폐쇄성이 함께 등장한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관찰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받아들이는 시기와 닫는 시기를 번갈아 겪었고, 일상 문화 안에서는 두 성향이 동시에 존재해 왔다. 개방성과 폐쇄성은 대립하는 두 성질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전환되는 구조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특성은 한국성의 네 가지 축 가운데 하나이며, 조직의 층위에서는 자율과 통제의 모순과 만난다.

역사에서 — 번갈아 나타난 두 국면

개방 쪽의 사례가 있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근거로 동아시아 해상 교역을 주도한 시기, 조선 후기 실학파가 실사구시의 태도로 외부 지식을 받아들이려 한 흐름이 그렇다. 성리학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만큼 사상적 소화력도 있었다.

폐쇄 쪽의 사례도 분명하다. 조선 중반 이후 반복된 외침을 겪으며 강화된 쇄국의 기조, 그리고 전쟁을 거치며 굳어진 경계의 정서가 그렇다.

두 국면이 번갈아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어느 사회든 개방과 폐쇄를 오간다. 눈여겨볼 것은 한쪽이 다른 쪽을 대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방의 시기에도 지키려는 태도가 남았고, 폐쇄의 시기에도 받아들이는 통로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일상에서 — 한옥이라는 증거

이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남은 곳은 주거 공간이다.

한옥의 담은 넘겨다볼 수 있는 높이다. 마루는 안이면서 밖이다. 방은 닫혀 있지만 문을 들어 올리면 마루와 하나가 된다. 마당은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담는다.

한옥에서 읽는 한국인의 모순관통하는 원리는 하나다. 경계를 만들되 그 경계를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 한옥에서 읽는 한국인의 모순에서 자세히 다룬다.

오늘의 조직에서

기업의 층위에서도 두 성향은 함께 관찰된다.

산업화 시기에는 폐쇄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그룹 중심의 소유 구조와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은 내부 결속을 높이는 대신 외부와의 경계를 두껍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방향이 바뀌었다. 외국인 임원 영입, 해외 기업 인수, 지분 구조 개방이 빠르게 진행됐고 외부 평가도 이를 반영했다. 그러나 전환이 완결된 것은 아니다. 국제화 수준이나 외부와의 협업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보면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개방과 폐쇄가 시대에 따라 교체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한 조직 안에 함께 있다는 뜻이다.

자율과 통제의 모순과 만나는 지점

이 특성이 자율과 통제와 연결되는 방식은 앞의 두 특성보다 간접적이다. 개방과 폐쇄는 일차적으로 조직과 외부의 관계에 관한 것이고, 자율과 통제는 조직 내부의 운영 원리이기 때문이다. 층위가 다르다.

그럼에도 두 층위에는 겹치는 감각이 있다. 받아들일 것과 지킬 것을 구분하는 감각은, 조직 안에서 풀어 줄 영역과 묶어 둘 영역을 구분하는 감각과 유사하다. 무엇을 열지 결정하려면 무엇을 지킬지가 먼저 분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판단은 같은 구조를 갖는다.

여기에 집단 안의 강한 주체성이 더해지면 하나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공동체의 목표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방식, 즉 책임에 기반한 자율이다. 자율을 부여하되 목적과 역할, 성과 책임을 함께 명확히 하는 설계가 한국 조직에서 비교적 잘 작동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특성의 그림자

같은 구조에서 다른 것도 자란다.

경계가 모호하면 그 공백은 힘 있는 쪽이 채운다. 조직에서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흐리면 책임 소재가 사라지고 공식 절차가 우회된다.

담 안과 밖이 갈린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작동하는 밀도 높은 신뢰는,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배제로 경험될 수 있다. 조직에서는 연줄과 파벌의 형태로 나타난다. 관계망 안에서는 정보가 빠르게 돌지만, 경력 입사자처럼 그 밖에 있는 구성원에게는 같은 정보가 닿지 않는다.

닫는 능력이 방어 기제로 굳는다. 상황에 따라 닫을 수 있다는 것은 자원이지만, 위협을 느낄 때마다 닫는 것이 기본값이 되면 학습이 멈춘다. 외부의 문제 제기를 내부 결속으로 봉합하는 조직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건으로 전환하기

이 특성을 자원으로 쓰려면 성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세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 열고 닫는 기준을 명시한다. 무엇을 외부에 개방하고 무엇을 내부에 두는지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면, 개방성은 임의성이 된다. 기준이 있어야 전환이 판단이 되고, 기준이 없으면 전환은 기분이 된다.

둘째, 비공식 연결을 설계 대상으로 삼는다. 방치하면 연줄이 되고, 없애면 유연성이 사라진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열어 두되 참여는 자율에 맡기는 개방적 제도화가 그 사이의 답이다. 핵심 판단 기준은 하나다. 그 연결이 관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가.

셋째, 경계는 고정값이 아니라 조절값으로 둔다. 자율의 폭은 한 번 정하고 끝나는 값이 아니다. 국면에 따라 조정되는 값이며, 그 조정이 자의적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조정의 근거가 공유되어야 한다. 균형은 정지 상태가 아니라 시간에 걸친 흐름이라는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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