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네 가지 모순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을 나열해 보면 서로 충돌하는 것들이 있다. 흔들리지 말라고 하면서 유연하라고 하고, 확신을 가지라고 하면서 겸손하라고 한다. 이것은 요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리더의 자리가 원래 그런 것 같다. 이 글은 리더가 마주하는 네 가지 모순을 정리한다. 일관성, 믿음 체계, 혁신과 루틴, 그리고 자신감이다.

네 가지는 같은 층위가 아니다

네 가지를 분류해 보면 구조가 보인다.

앞의 셋은 변화와 안정이라는 하나의 모순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나타난 것이다.

모순층위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바뀌는가
일관성리더의 말목적은 유지, 방법은 수정
믿음 체계리더의 인식축적된 전제, 그것에 대한 의심
혁신과 루틴조직의 활동검증된 루틴, 새로운 시도

네 번째인 자신감은 다르다. 이것은 앞의 셋을 감당하는 리더 개인의 상태에 관한 것이다. 층위가 아니라 토대다.

첫째, 일관성의 모순

잭 웰치는 리더의 일관성을 두고 위대한 경영자는 끈질기고 지루하다고 말했다. 말과 행동이 지루할 만큼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리더가 우왕좌왕하면 구성원은 불안해지고,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

일관성에 대한 요구가 맞는 맥락이 있다. 원가 우위가 핵심인 경우 지루한 일관성은 잘 맞다. 불량률을 낮추고 원가를 줄인다는 방향을 흔들림 없이 반복하면 조직이 그 방향으로 정렬됐다.

차별화가 중요한 조직은 돈을 아끼면서(생산) 동시에 써야(연구개발) 하는 상황에 놓였다. 원가를 낮추려면 공급처와 부품을 다시 찾아야 하고, 차별화하려면 사람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두 요구가 같은 조직에 동시에 내려온다. (생산을 외주화한다면 비용에 대한 압박은 줄어들기는 한다)

리더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게 된다. 물론 각 맥락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그것이 말 바꾸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것들이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핵심은 무엇이 일관되어야 하는가다. 애플의 팀 쿡은 스티브 잡스를 두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하면서, 그것을 자신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로 평가했다. 그러나 잡스에게는 바뀌지 않은 것이 있었다. 제품에 대한 확고한 기준 즉 제품에 대한 철학이었다.

비일관성이 유연성이 되려면 그 앞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목적과 방향이 흔들리지 않을 때, 전략과 방법의 수정은 변덕이 아니라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다른 경로가 된다. 목적이 없는 말 바꾸기는 그냥 변덕이다.

둘째, 믿음 체계의 모순

리더의 믿음 체계는 정보의 종류의 선택 기준, 의사 결정 방법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 체계는 꽤 공고하다. 왜냐하면 오랜 경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견고함이 강점이자 위험이라는 점이다. 성과가 좋을수록 기존 방식에 대한 확신은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을 조직 관성이라 부른다. 개인의 습관과 비슷하지만, 조직에서는 문화라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 강하다.

코닥이 전형적인 사례다. 디지털 관련 기술과 특허를 상당히 보유하고 있었는데도 디지털 전환이 기존 수익을 잠식할 것이라 판단했고, 2012년 파산했다. 같은 산업의 후지필름은 필름으로 쌓은 기술을 화장품과 헬스케어로 옮기며 살아남았다. 두 회사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믿음 체계에 있었다.

노키아 사례도 살펴볼 만하다. 목재와 제지에서 시작해 고무와 케이블을 거쳐 통신으로 전환한 회사였다. 어쩌면 변화에 대한 대처가 능숙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산업에서는 달랐다. 피처폰 사업의 큰 성공은 영향력이 더 컸다. 변화를 감지한 구성원이 있어도 조직의 믿음 체계가 공고하면 그것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노키아는 이후 통신 원천 기술 회사로 전환하면서 다시 부흥하고 있다)

그래서 이 모순은 이렇게 정리된다. 안정적 성과가 나는 동안에도 그 안정의 전제는 늘 의심해야 한다. 리더는 위기가 오기 전에 위기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잘되고 있을 때 잘되는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한다.

→ 실패 패턴으로서의 코닥은 사례 페이지에서 자세히 다룬다.

셋째, 혁신과 루틴의 모순

루틴은 조직의 성과를 만드는 기반이다.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공정이 잘 돌아가는 것은 루틴 덕분이고, 오랜 시간 다듬어진 만큼 현 상태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혁신은 그 루틴을 깬다. 루틴을 벗어나야 혁신이 일어난다. 그래서 혁신과 루틴은 충돌한다.

실패는 두 방향에서 온다.

혁신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루틴에만 자원이 가는 경우. 루틴을 담당하는 조직은 현재의 수익을 만든다. 그래서 자원과 영향력이 크다.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은 미래의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지 기반이 없으면 내부 경쟁에서 밀린다. 리더도 당장 수익이 나는 쪽에 힘을 싣기 쉽다. 말과 자원 배분이 어긋나는 지점이다.

루틴 없이 혁신에만 치우치는 경우. 새로움만으로는 시장에 나갈 수 없다. 제품을 만들었더라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면 수익이 되지 않는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조직이 자주 마주하는 문제다.

W.L.고어의 사례는 구조적 해법을 보여준다. 최고경영자였던 테리 켈리는 조직이 관리해야 할 모순으로 단기와 장기, 혁신과 효율, 작은 팀과 조직 전체를 꼽았다. 그리고 혁신을 위한 조직과 운영을 위한 조직은 필요한 사고방식과 평가 기준이 다르다고 판단했고, 구조를 나누었다.
다만 완전히 분리하지는 않았다. 분리만 하면 운영 조직은 새 아이디어를 거절하고 혁신 조직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각각의 활동이 조직 전체의 목적과 연결되도록 했다.

둘 중 하나를 선으로 놓지 않는 것이 출발점이다. 혁신을 선으로 보면 루틴은 극복 대상이 되고, 루틴을 선으로 보면 혁신은 부담이 된다. 혁신도 언제간 자리를 잡으면 루틴이 된다. 물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옳은가가 아니라 지금 이 조직에서 둘의 관계가 무엇인가다.

넷째, 자신감의 모순

앞의 세 모순을 실제로 감당하려 할 때 리더에게 일어나는 일이 있다. 확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면 편하다. 고른 쪽에 확신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 다 선택하면 확신 대신 의문이 늘어난다. 이 불안은 종종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자신감이다.

자신감과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특권의식과 자아도취다. 특권의식은 자신에게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고, 자아도취는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다. 겉으로는 자신감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

건강한 자신감과 나쁜 자신감을 가르는 것은 겸손과 성장이다. 건강한 자신감에는 나는 아직 성장할 수 있다는 전제가 들어 있다. 그래서 부족함이 드러나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낮은 자세로 주변의 의견을 받는다. 특권의식에는 성장이라는 관점이 없다. 이미 특별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겸손할 이유도 없다.

짐 콜린스가 말한 레벨 5 리더십이 이 조합이다1. 개인적으로는 극도로 겸양하면서 직업적으로는 강렬한 의지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자신감을 지탱하는 것 중의 하나가 목적이다. 자신감은 외부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이므로 흔들리기 쉽다. 목적이 단단하면 외부 평가에 잘 휘둘리지 않는다.

이 네 가지의 그림자

각각의 요구는 반대 방향으로도 오용된다.

일관적 비일관성이 변덕의 알리바이가 된다. 목적이 실제로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 자주 바뀌면, 구성원에게 그것은 유연성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이다. 유연성을 주장하는 쪽은 리더지만, 그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것은 구성원이다.

의심이 방향 상실이 된다. 믿음 체계를 계속 의심하라는 요구는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는 태도로 변질될 수 있다. 의심의 대상은 전제이지 목적이 아니다.

혁신 편향이 루틴을 낭비로 만든다. 혁신을 선으로 놓는 순간 오래 다듬어진 루틴은 청산 대상이 된다. 그 루틴이 지금의 수익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겸손이 가면이 된다. 겸손과 성장이 기준이 되면, 겸손을 연기하는 것이 새로운 자기 연출 방식이 된다.

리더는 조건이지 처방이 아니다

이 네 가지를 리더 개인의 역량 문제로 두면 결론은 좋은 리더를 뽑자는 데서 끝난다. 그러면 리더가 바뀌는 순간 무너진다.

W.L.고어의 사례에서 실제로 작동한 것은 리더의 태도가 아니라 구조였다. 혁신과 운영의 조직을 나누고, 각각을 목적으로 다시 연결한 설계다. 모순을 다루는 것은 개인의 그릇이 아니라 조직의 조건이라는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리더는 큰 조건이다. 다만 좋은 설계는 리더가 바뀌어도 그 조건이 유지되도록 만든다.


관련 개념


  1. Jim Collins,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김영사, 2021 ↩︎